태그 : 역사관

현대사 특강, 이렇게 대처해볼까?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수능시험이 끝난 학생들을 상대로, '현대사 특강'을 하겠단다.
현대사 특강이라는 말은 좋지만, 이미 알고 있던대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좌편향된 교과서를 바로 잡겠다고 하면서 진행하는 우익 시선의 역사 특강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선정한 강사들을 한 번 보자.



등 지명도 높은 보수인사... 라고는 하는데, '명예교수' '석좌교수' '전 ㅇㅇㅇ' ... 노인네들이잖아?!
대단하다, 이명박 정부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노인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구나 ㅇㅈㄹ


어떤 사상을 후세에 전달하는 데 있어서 교육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뒤르켐(E. Durkheim)이 '사회화'에 대해 "교육목적은 사회체제를 내면화시키는 일"이라고 한 것처럼 교육은 사회의 가치관을 전수하는 데 목적을 두기도 한다. (그 외에 다른 사상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기억 안 난다.)

특강이라는 1회성 행사(?!)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특강을 통해서 보수 세력의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교육시켜서, 보수적 역사관으로 물든 학생을 만들어내겠다는 저 발상은 영리하다고 해줄만하겠다 ㅋ

그런데 사회체제를 내면화시킨다고 하는 것도, 일정 기간을 두고 꾸준히 가르쳐야 가능하다. 그러니까 학교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한 번 특강을 해서 좌편향된 교과서를 엎어보겠다는 것도 사실 웃기는 발상이다.
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끝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 위에 있는 늙은이들일까? 아니지, 늘 학생과 함께해야 하는 학교 선생님들이지.

블로거뉴스에 가보니, 이미 이 현대사 특강(우익 역사관 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글들이 올라와있다.
그러나 정말 현대사 특강이 학생들을 우익으로 선도하는 지름길이 될까?
앞서 언급한대로 한 번 강의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효과를 누릴 수 없다.
게다가 저 강의하겠다고 나선 보수인사들을 볼 때, 하나 같이 노인네들이지 않은가?
졸려서 어디 수업 듣겠어! 정년도 지난 노인네들 데려다 놓고 수업해야봐야 졸리기나 하지.

그렇다고 해서 현대사 특강 하는 걸 그냥 냅둬라, 이런 취지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특강이지만, 이 특강이 있으므로 인해서 오히려 더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떻게? 남아있는 역사 선생님들의 교육을 통해서!

(비록 예비교사인데다, 전공은 지리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자, 자신의 학교에 특강을 한답시고 노인네보수인사들이 왔다.
열심히 친일과 독재 정권의 정당성과 그 업적에 대해 떠들어주셨다.
노인네보수인사들 갔다.

그럼 남아있는 우리는?! 토론을 하자!
노인네보수인사들이 한 말이 과연 옳은 말인가, 타당성이 있는가? 그렇게만 평가할 수 있는가?
그 뒤에 가려진 피해자들, 정당하지 못한 권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 아픔은 어떠한가?

그냥 토론을 해도 좋고, 반대되는 입장을 얘기해주고 토론을 시켜봐도 좋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현대사 특강'이 주입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걸러서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이 수업의 대상이 되는 고등학생들은 이미 생각하는 능력이 잘 키워져 있으니까.
이렇게 해서 정-반-합의 변증법 원리로 역사를 올바르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학습방법 중에는 관련인사/전문가 초빙 강좌 같은 것도 있다.
지역의 전문가도 좋고, 얼마 전에 내가 다니는 모 대학에서는 국회의원을 초빙해서 특강 한 적도 있는데, 아무튼 이런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평소에는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도 어렵고. 한 수업에만 초빙할 수 없으니 여러 번 나와야 되는데, 그걸 또 부탁하기가 쉽지가 않고.
아무튼 그래서 현실적으로 이러한 교수-학습방법은 실천하기가 어려운데,
서울시 교육청에서 우익 역사관을 심겠다고 둘러대면서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게끔 우익 전문가들을 투입시켜주겠다는 게 어찌보면 그냥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ㅋㅋ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냥 고등학생 상대로 '현대사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우익 이념을 가르치려고 든다, 라는 식으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저 특강을 역으로 이용해서 올바른 역사관, 즉, 친일과 독재를 미화시키지 않고 그 희생자에게도 관심을 갖는 바람직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학교에 남아있는 것은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도 남아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자.

by 카린 | 2008/11/25 23:57 | 지리교육과 시선 | 트랙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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